"여기 물이 왜 이래?"…日 온천 찾은 관광객 깜짝 놀란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2-24 07:12   수정 2023-02-24 11:41


일본 TV방송에선 에도(1603~1867년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도쿄)의 전통을 지키는 온천에 들어간 출연자들이 "너무 뜨거워!" 외치며 탕에서 뛰처 나오는 장면을 가끔씩 볼 수 있다. 에도의 온천 수온은 43도 정도로 40~41도가 대부분인 오늘날보다 2~3도 더 높았다. 에도 사람들은 오늘날 기준으로 '열탕'을 즐긴 셈이다.


에도는 도쿠가와 막부가 간토평야 하류의 늪지대를 개간한 군사형 신도시. 고된 노동의 피로를 풀려는 육체 노동자가 많았던 탓에 매우 뜨거운 물의 온천을 즐겼다.



후쿠시마시의 유서깊은 온천지 이이자카온천(飯坂?泉)은 2019년부터 지역 온천탕의 수온 순위를 발표한다. 1위 기리유(切湯)와 2위 센키노유(仙?の湯)의 수온은 각각 57.6도와 56.1도에 달한다.

이이자카온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6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다. 아침 6시에 문을 열면 고온의 탕에서 1분 정도 몸을 녹이고 나와 곧바로 직장으로 향하는 것이 이 지역 사람들의 입욕법이다.

하지만 이이자카온천을 찾은 관광객들의 너무 뜨거운 온천에 대한 항의가 늘어나자 수온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너무 뜨거운 온천이 싫으면 순위가 낮은 온천을 찾으라는 일종의 역발상 안내문이다.

세키 유타카 일본온천협회 전무는 "이용객들의 기호를 반영해 뜨거운 온천은 전국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원천과 온천까지의 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온도를 조절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설명했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일본인들의 습관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욕조의 온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보일러 전문 기업 린나이의 조사에서 '욕조 온도를 42도 이상으로 설정한다'는 응답은 2016년 41.2%에서 2020년 33%로 줄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뜨거운 온천을 싫어했다. '욕조 온도를 39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설정한다'는 응답이 60대는 8.8%인 반면 20대는 20%에 가까웠다. 하야사카 신야 도쿄도시대 교수는 "뜨거움을 느끼는 피부의 센서는 젊을 수록 민감하다"며 "같은 온천에서도 젊은 세대는 뜨겁다고, 고령자는 미지근하다고 느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피로를 푸는데는 40도 정도의 물에 10분 정도 입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식이 보급된 것도 뜨거운 온천이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혈류를 개선해 피로를 풀려면 체내 온도를 0.5도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 42도 이상의 물에서는 몸이 나른해지기보다 도리어 초롱초롱해진다는 것이다.

일본 온천법은 최저온도 25도 이상의 물을 온천으로 인정한다. 단 라돈 등 규정 성분이 필요량 이상 함유돼 있으면 25도를 밑돌아도 온천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도쿄 시나가와 지역의 검은색 저온온천이 온천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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